특별시민

이 영화 특별시민의 메시지는 단순명쾌하다. '정치는 쇼'

라는 자고이래의 진리를 속도감 있게 보여준다. 우리는 정치는 아주 특별하고 고상한 고매한 것으로 여긴다. 고상할 것으로 여기는 정치인들의 욕망이 조금만 들여다 보여도 욕을 하기 십상이고, 그들 역시 특별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험담을 하며 정치를 혐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 '특별시민' 전혀 정치가 전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일깨워준다. 정치, 특히 지금같은 선거 정국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정치꾼 혹은 정치인들은 고상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다는 것을 그들 욕망의 표출과정을 통해서 너무도 잘 보여준다. 관객에게 그들도 흔하디 흔한 욕망의 주체들인 갑남을녀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들에게 찌라시처럼 말해준다.

 

주인공 변종구(최민식 분)은 3선을 노리는 현직 서울시장이다. 재미있는 포인트는 그가 현실에서 직책으로는 박원순 시장을 직접 인용했고, 커리어로는 지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낙마한 이재명 성남시민과 상당히 흡사하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이재명 시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재선의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3선 서울시장이라면 다음 정치 행보는 어디겠는가? 바로 그의 큰 꿈은 자신의 친정인 정당에서 어떤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는지
뻔하지 않겠는가? 이 외에도 서울시장 선거라는 전쟁에서 상대 후보 진영과의 경쟁, 남편의 승승장구를 위해서 욕망을 감추고 숨 죽어 살아야 했던 부인과 자식과의 불화 및 정치적 이용, 선거 전략과 전술의 구현을 둘러싼 참모들과의 갈등. 배우 최민식은 욕망과 여러 갈등을 직면하는다면체의 인격체이며 정치꾼인 변종구를 아주 기가 막히게 잘 연기했다.

 

변종구 선거캠프의 위원장 심혁수(곽도원 분)은 검찰 출신의 재선 국회의원이다. 그의 전직만큼이나 기민한 두뇌와 상황 판단력으로 복잡하게 펼쳐지는 선거 정국을 헤쳐나가는 브레인으로서, 선거 운동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변종구와의 주된 갈등을 빚는 인물이다. 심혁수라는 캐릭터는 우리나라 검찰 출신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한 인물로서, 그는 보이는 외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민완한 모습으로 두줄타기를 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곽도원의 표정연기는 최고의 압권이다. 변종구와 마찬가지인 정치꾼인 심혁수 캐릭터는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를 남긴다.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를 꺼내는 꺼야! 손에 똥 안 뭍히고 진주 꺼낼 수 있겠어, 없겠어?'

 

선거캠프의 막내 박경(심은경)분은 신출내기 광고기획자로서 급작스레 픽업되는 인물로서, 정치에 대해서 고상하고 특별하다는 환상을 갖는 대중, 관객을 대변하는 캐릭터이다. 순수했던 그녀가 변종구 선거캠프에 몸을 담음으로써 그에 대한 감정이입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애정을 쏟는 감정 이입 과정과 꾼들의 속성에 신물을 토해내는 모습은...지금 현재 수많은 대중들이 보이고 있는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도 온몸에 똥을 뭍히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꺼낸 것은 진주가 아니라 결국은 똥덩어리라는 현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생각을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진주'를 꺼낼 수 있을까?

 

이 영화 특별시민은 관객으로 하여금 잘 보면 정치에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을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잘못보면 정치에 가장 큰 환멸을 느끼고 냉소를 머금고 무관심 하게 하는 계기가 될 야누스적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현실 정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