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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시사

강신명을 통해 다시 본 '악의 평범성'

 

 

 

 

첫번째 사진은 강신명 경찰총장이 퇴임식 중 자녀들과 찍은 사진이다. '자랑스런 아빠! 사랑합니다'. 두번째 사진은 200일 넘게 혼수상태인 백남기 농민의 딸 백민주화씨의 페이스북 글 캡쳐이다. 할 수 있는 게 쌍욕 밖에 없다며 한 말! 개새끼.

그는 경찰최고책임자로 지난 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시위강경진압을 주도한 인물이였다. 그 과정에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아쓰러지며, 머리를 다쳐서 현재도 의식불명 상태이다. 강신명은 당시 불행한 사건에 대해서 사과의 말은 하지도 않았고 권력으로 부터 그 어떤 책임 추궁도 받지 않았다.

강신명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집에서 사랑이 풍부하고 자상한 아빠일까? 자신의 직업인 경찰 총수로 행한 시위 강경 진압으로 부상을 입어 혼수상태인 환자에게 사과의 말도 한마디 하지 않는 파렴치한 악인일까? 어느 쪽이 진정한 강신명의 모습일까?

 

여기서 우리는 나치 독일의 유태인 학살사와 관련해서 '아돌프 아이히만'과 '한나 아렌트'라는 두 사람의 인물을 만나봐야 한다.

전자는 나치군 장교로서 열차 내 가스실을 설치하여 유태인 학살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서 훈장을 받았던 사람이고, 후자는 유태인 수용소에서 자신의 처형이 오늘일까, 내일일까 마음 졸이다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이다.

 

전범 재판 당시 아돌프 아이히만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잘못이 없다,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명령하지도 않았다. 나는 위에서 시키는대로 행하고 관리했을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발언을 이렇게 한다. '월급을 받으면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나는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웠을 것이다' 전범 재판소는 그를 다수의 의사에게 정신 감정을 의뢰했으며, 결과는 놀랍게도 지극히 정상이며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다라는 것이였다. 더 놀라운 건 자신의 가족들에게 매일 밤 편지를 보내며 그리움과 애정을 표했다는 것이다. 강신명처럼 자녀들이 무한히 사랑을 표할 수 있는 자랑스런 아빠였다. 그는 학살 도구의 발명가로서 유죄인가? 아니면 가족애가 넘치는 가장으로서 무죄인가?

 

간신히 학살을 면했던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시대에 그렇게 광기어린 인간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아돌프 아인히만 뿐 아니라 유대인 학살에 관여했던 많은 독일군 장교들을 조사하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의 준법성과 근면성은 유죄가 아니다. 타인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자아냈고 행동의 무능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그는 유죄다' 그리고 '악은 평범하다'고 결론 내렸다.

 

강신명은 물론이고 우병우, 홍만표는 절대 악일까?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그럴까?

우리는 일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그저 하수인일 뿐'라는 위안으로 별다른 고민없이 부조리를 행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 모두가 '깨어있는 시민'으로 '행동하는 양심'을 자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누군가에게 강신명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