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건 바람도 깃발도 아니다 — 그 돈의 성격이 흔들린 것이다

2026. 4. 19. 16:11ㆍ경제에세이

반응형

 

이병헌 주연 영화 '달콤한 인생' 에서 이런 내레이션이 나온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것입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니 마음뿐이다."

 

바람도, 깃발도 아닌...

 

이 깨달음은 원전은 무문관 29칙 비풍비번(非風非幡)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해 시장이 급등락 하는 요즘에 가장 적합한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요즘과 같은 급등락 장세에 손을 떠는 사람들을 보면 흔히 이렇게 설명한다. 페르시안 만 봉쇄 여부로 "시장이 흔들렸다"고. 혹은 "공포 뉴스가 쏟아졌다"고. 바람이 문제라고, 깃발이 문제라고 다투는 그 두 스님처럼. 흔들린 건 시장이 아니었다. 그 돈의 성격이 흔들린 것이다.

 

"시장의 변동성은 모든 투자자에게 공평하게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지는 어떤 돈으로 투자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장기투자를 함에 있어 좋아하는 말들 세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써야 할 돈으로 주식을 사지 마라
6개월 써야 할 자식 등록금, 전세 만기에 돌려줘야 할 보증금, 다음 달 카드값. 이런 돈에는 '기한'이 붙어 있다. 기한이 있는 돈은 시장에 맞추는 게 아니라, 시장이 당신에게 맞춰줘야 한다. 시장은 당신 사정에 맞춰주지 않는다. 당신이 돈이 필요한 전전, 시장이 하필 저점일 수도 있다. 그 순간 당신의 선택지는 '팔아서 손실 확정'밖에 없다.

 

써야 할 돈을 주식으로 만들려 하지 마라

이건 조금 더 교묘한 함정이다. "지금은 조금 부족하지만 주식으로 불려서 쓰면 된다"는 생각. 이 순간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된다. 수단이 된 투자는 수익이 나야 하는 투자다. 수익이 나야 하는 투자자는 마음이 급해지고  손실을 오래 버틸 수 없다. 목표 수익률과 목표 기간이 생기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장기투자자가 아니라 단기투자자다. 사지 않아도 된다는 개인 투자자의 최대 강점을 잃어버리지 마라.
없어도 되는 돈으로 투자해라
이 말이 핵심이다. 없어도 되는 돈이란 '사라져도 삶이 흔들리지 않는 돈'이다. 그 돈만이 진짜 장기 투자금이 될 수 있다. 시장이 30% 빠져도 팔 이유가 없고, 3년이 횡보해도 기다릴 수 있고, 공포 뉴스가 쏟아져도 흔들리지 않는다. 심리적 여유는 투자 전략이 아니라 자금의 성격에서 나온다.
"장기투자의 규율은 의지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올바른 성격의 돈을 투자했을 때, 규율은 저절로 따라온다."
 

워런 버핏이 말하는 "10년을 보유할 생각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는 조언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10년을 보유하려면 10년 동안 그 돈이 없어도 괜찮아야 한다. 이건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자금 설계의 문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