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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세이/거시 미시

극장 매점이 팝콘과 콜라만 파는 이유

한달에 서너번 극장을 가는 필자의 가족들은 항상 가지고 가는 준비물이 있다. 

물, 캔콜라, 포테토칩, 초코파이, 크래커 등이 있다. 물론 물은 극장 매점에서도 살 수 있지만...필자 가족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전혀 팔지 않는다. 왜 극장 매점은 편의점처럼 다양한 간식거리를 팔지 않고 팝콘, 오징어, 나초와 캔콜라가 아닌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믹스 콜라만을 팔까?

 

 원가를 몰라야 폭리를 취할 수 있다

마트,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해태,크라운,롯데,농심 등 과자 제조사들의 과자는 신제품을 제외한 인기 스테디셀러 제품들의 경우 취향이 크게 편하지 않으므로 반복된 구매를 통해 많은 소비자들이 가격을 잘 기억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런 것들은 상대적으로 적당한 마진조차 붙일 수가 없다. 설령 마진을 붙였을 경우 판매가 원활하지 않다. 

 

15년전 PC방을 창업하여 2년 넘게 운영한 적이 있다. 당시 C콜라 영업사원에게 냉장고를 놓아주고 자신들의 음료수를 진열해 놓고 판매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수금은 매월 말에 판매된 만큼만 해 가겠다는 것이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콜라는 150원, 캔커피 180원 등으로 모든 음료품목의 원가는 200원 이하였다. 판매가는 500원. 당시 편의점 가격 역시 450~500원. 그러한 원가의 기억으로 지금도 사우나, 테니스장 등에서 캔커피, 캔콜라를 사 먹을 때 조금은 머뭇거리게 된다.

 

극장 매점에서 판매되는 간식들은 반제조형으로 모든 일반 소비자가 원가를 경험해 본 적이 없거나 상상 이하이다. 우리는 집에서 미국처럼 전자렌지 팝콘을 즐겨 먹지도 않기에 팝콘 원가는 물론이고, 원액 시럽에 정화된 물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판매하는 패스트푸드점형 콜라 원가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거기에 별도의 토핑가루는 500~1000원을 내라고 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대형 멀티플렉스들의 이익 구성은 매점 운영이익이 영화 상영 이익을 두배를 넘어선지 오래다.  4~5000원에 판매되는 팝콘의 경우 원가는 350원 이라고 알려진 바 있고, 2000원에 판매되는 콜라의 경우 순수 재료비(콜라시럽, 물, 탄산가스)은 130원선, 이외 얼음, 종이컵, 콜라 제조기의 감각상각비를 더해도 300원이 안된다.  기업은 소비자가 원가를 알기 힘든 상품을 팔아야 원하는 만큼의 폭리를 취할 수 있다.

 

 단순한 라인업을 통한 물류, 관리비 절감

영화를 볼 때 필자는 포테토칩, 그녀는 크래커, 아이는 초코파이를 즐긴다. 필자의 세 식구만해도 취양이 제각각이다. 영화를 보러 오는 손님들의 취향 역시 다양하다. 하지만 멀티플렉스의 매점은 이런 영화 관람객의 다양한 취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유는 극장 안이라는 지리적 독점 이용하여 자신들의 판매 관리비를 최저로 하는 것이다. 다양한 간식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여러 종류 상품의 재고를 확보해 놓아야 하고 그만큼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관리 품목이 많아진 만큼 물류비와 관리비는 많이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고객이 원가를 알 수 없는 것들만 골라서 단순한 라인업을 해도 극장측은 영업실적에 별다른 차이가 없기에 다양한 간식거리가 아닌 단촐한 제품구성만으로 매점에 채워 두고 있다.

 

 추가비용없이 고정관념을 이용한 영업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몰라도 우리에게 '영화 볼 때는 팝콘'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다. 지금은 옛날보다 훨씬 덜 하지만 그래도 연인관계에서 처음의 스킨쉽을 어려워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한 커플에게 가장 고전적 데이트 이론이 같이 어두운 곳에서 같이 영화를 보며 팝콘을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킨쉽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별도의 마케팅 비용과 경쟁 비용의 지불없이도 멀티 플렉스는 우리 삶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고정 관념과 생활의 지혜를 그대로 따르고 이용하여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한다. 바꿔보면 보다 많은 간식거리가 극장내 매점에 있다고 해도 그로 인한 매출 증가가 미미할 것이기 멀티플렉스는 팝콘과 콜라 전통적 아이템만으로도 충분한 매상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아련하고 아쉬운 옛날

불과 10년전만 해도 극장 앞에는 많은 노점상들이 다양한 간식거리를 팔았다. 몸탱이 달탱이 한마리로 불리는 오징어, 군밤, 고구마스틱, 땅콩, 쥐포, 문어다리, 구운 계란, 구은 은행 등등

셀 수도 없고 모두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들을 볼 수도 없고 정말 먹고 싶은 간식을 준비해 갈 때도 극장 관계자와 실갱이를 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고...극장들의 독점적 정책으로 우리들의 다양했던 영화 간식거리의 추억이, 매몰되어 버린 다양한 우리의 개성이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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