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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세이/거시 미시

짝퉁 명품백!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 누가 더 나쁠까?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시간에 버스를 타고 퇴근하며 운 좋게 맨 뒷자리에 앉아 올 수 있었다.

그 덕에 옆자리의 친구사이로 보였던 30대 후반 즈음 두 여자가 나누는 높은 톤의 수다를 본의 아니게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명품 짝퉁백에 관한 이야기였다. 공교롭게도 그 대상은 필자의 형제와 며느리가 어머니께 재작년 칠순 선물로 했던 에르메스 켈리백(Hermas Kelly) 이였다. 그래서 다른 명품 보다는 아주 조금은 더 아는 상품이였다.

 

한 여자가 에르메스 켈리백 모조품을 아주 어렵사리 구했고, 그래서 그걸 모임, 쇼핑, 외식 때 들고  다니며 겪은 무용담을 떠들었다. 모임에서 자신이 대화와 이슈의 중심에 자연스레 올라서고, 쇼핑 때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고가의 제품을 점원들이 보여주며, 외식을 가서는 식탁위에 올려두고 먹는 정도라고 자랑을 친구에게 하고 있었다.

 

이런 대화를 옆에서 들으며 문득 짝퉁 명품백을 만들고 파는 사람은 '상표법' 등 위반으로 벌금 또는 징역형을 처벌받고, 심할 경우 부당이득 반환 청구라는 민사소송까지 당하지만, 사는 사람은 처벌 혹은 손해배상청구를 받지 않는 현실에서  과연 짝퉁 명품백을 만들고 파는 사람과 짝퉁을 사는 사람 중 누가 나쁠 짓을 했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짝퉁 명품백을 만들고 파는 사람은???

필자의 그녀는 의상 디자이너이다. 그래서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 제품들의 원가는 알고 있으며 다른 회사제품일 지라도 소재, 원단, 부자재, 마감 등을 보고 대략은 원가를 짐작할 수 있는 안목을 갖고 있다. 그런 그녀의 말은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에르메스 켈리백의 순수 원가(디자인비, 재료비, 공임) 합칠 경우 50만원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A급짝퉁의 경우 원가에서만 보면 진품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미테이션을 만들고 파는 사람은 일반인의 눈으로는 감지하기 힘든 짝퉁을 만들어서 판다. 그 과정에서 그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특정 1개의 회사의 브랜드와 디자인을 도용한다. 그리고 팔 때는 진짜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특정회사의 10가지 제품을 위조했다고 해도 그의 피해자는 1명과도 같은 1개의 법인, 회사이다. 

 

짝퉁백을 사는 사람은???

인간이 갖는 본성 중 모순이 되는 쌍중 하나가 자신만의 독특함을 추구하는 유일성과 타인과 비슷하게 보이려는 동조성이다. 자아에 대한 인식은 유일성을 발현하고 타인에 대한 의식은 동조성을 나타낸다. 짝퉁이라도 명품백을 들고 다니려는 이유는 남의 눈을 의식하는 동조성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 분수를 넘어서는 유행을 따라하려다 보니 진품이 아닌 짝퉁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짝퉁 명품백을 들고 다니면서 모임에서 주목을 받는다면 이미테이션이라고 솔직히 실토하지 않는다. 살짝 웃으며 봄옷 사면서 매칭시키려고 샀다느니, 조금 부담스럽지만 써 보니까 너무 좋다느니, 남편이 생일선물로 사줬다느니 젠체하며 으쓱해 한다. 이런 경우 짝퉁 명품백을 든 여자는 10명이 모이는 자리에서 자신을 뺀 9명을 속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여자에게 참석하는 모임이 하나만 있을까? 또한 이 여자는 쇼핑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여러 여자들의 시선을 즐기며, 우월감을 느낀다.

이 여자가 든 짝퉁 명품백을 바라보게 된 여자는 수십 수백명이다. 그런 수십 수백명 중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저 여자 능력있네, 저 여자 남편 잘 만났나 보다 라는 질투를 샀을까? 짝퉁 명품백을 든 여자는 그렇게 잘나 보이는 모습을 통해 어떤 경제, 사회, 심리적 부당이득, 만족을 챙겼을까?

 

진짜로 나쁜 사람은?

일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재미있는 건 상식을 훨씬 넘어선 높은 수익성을 말하며 같이 일하려는 사람일수록 옷차림, 자동차 등 겉모습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번드르르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프리미엄 급이 아닌 깡통! 엔트리 모델이다. 깨놓고 말하면 이런 사람은 사기꾼이란 뜻이다. 있어 보여야 하나가 걸리기 때문이다.  변호사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실형을 받는 절도 초범은 피해자가 한두명 이지만 실형을 받는 사기 초범은 피해자가 최소한 서너명이라고...

 

1개의 회사의 브랜드, 아이디어를 훔쳐서 물건을 생산하고 이거는 짝퉁이라고 싼 가격에 파는 사람!  수십 수백명의 여자들의 눈을 속이며 부러움, 시기, 질투를 자아내고 더 나아가서는 짝퉁 명품이라도 젠체를  통해 경제,사회적  이득을 취하려거나 취한 사람! 둘 중 누가 더 나쁠지는 판단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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