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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세이/거시 미시

진보는 구조조정을 말하지 않는다 3 - 불황의 원인은? 2부

일단 여기까지 오면서, 진보는 구조조정을 말하지 않는다 2 - Axiom(공리)은? 에서 경제학의 3대 공리에 대한 한계과 반론에 대해서, 그리고  진보는 구조조정을 말하지 않는다 3 - 불황의 원인은? 1부 에서 세의 법칙(?)의 지배하는 세계와 그 취약성이 잘 이해가 됐다면 경제학을 공부하실 수 있는 충분한 소양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학은 추상적 현상 중에서 구체성을 파악하고 그 가운데서 일어나는 반복적 현상들을 이해하고 설명해 내는 능력이 중시되기 때문이다. (필자 글의 난잡함을 극복하고 설명의 내용과 의도를 이해하고 파악하셨다면 대단하심^^, 이해가 안되신 건 순전히 필자의 무능력임.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더 읽어 주셔야 이번 글의 이해가 쉬워짐. 핑계를 대자면 불황은 석박사 과정임)

 

 

(위 사진은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중 캡쳐 - 비봉출판서 조순역)

불황에 대해 설명을 들어가기 전에, '일반이론' 중의 한 페이지! 위의 내용을 한 번 읽고 요약해 보자. 케인스형께서는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단언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단언하지만,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말과 생각 그를 바탕으로 한 결정과 행동이 그들의 생각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하늘아래 진정으로 새로운 경제철학, 정치철학은 없고, 부지불식간에 그것의 지배하에 말하고 행동하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에 더하여 나이가 30세 정도를 넘으면 새로운 경제와 정치철학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케인스형께서는 또다른 책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로운 생각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의 질문! 우리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정치 이슈에 대한 토론이나 경제 현안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접점을 찾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던 경험이 몇 번이나 있는가?

 

케인스형의 말과 필자의 질문을 염두에 두시고 이제 불황의 바다로 들어가자!

 

일단 '불황'이란 단어에 대해 경제학에서의 정의를 보자.

학자들 따라 다르지만, 한 국가에서 재화와 용역의 가격 즉, 물가가 지속적인 하락과 수요의 하락이 6~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제 상황을 일컫는다. 이는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가 증가한다는 수요의 법칙을 어긋하는 상황이다. 경제학 초창기에 불황에 당황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불황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불황은 공급 과잉 불황이다. 또 다른 불황은 과열된 경제 상황을 조정하기 위하여 지급 준비율과 재할인율을 높이는 등의 정책적 불황과 여러가지가 있는데... 케인즈형께서 싸우신 불황은 공급 과잉 불황 이다. 이 시기에 대부분의 많은 서민들의 경제 상황이 부유층의 그것보다 더 많이 팍팍해 진다. 공급 과잉 불황은 수요가 공급보다 부족하다는 의미(공급>수요)가 내포되어 있다. (공급 과잉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프레임인지 생각해 보시길) 수요는 소비와 투자로 이루어진다. 대수적으로 표현하자면 수요=소비+투자 이다. 소비는 지금 바로 당장 먹고 입고 마시고 자고 즐기는데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사용(엄밀히 말하면 없애버림)하는 것이다. 투자란 장래에 재화와 서비스 생산(판매)할 수 있는 설비를 만들기 위해 지금의 재화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자, 그럼 공급 과잉 불황의 원인은 무엇일까? 문제의 원인 진단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해결책이 달라진다.

 

여기서 주류 경제학, 신고전파 경제학의 세계관으로 시장을 보면...시장은 가격이라는 마법을 통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생산요소(토지, 노동, 자본)를 무엇을 위해 얼만큼 할당하는가라는 분배 문제를 해결한다. 분배 문제라함은 생산요소의 3가지 조합을 어떻게 할지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의 이윤이 누구에게 갈 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가격을 마법이라고 한 이유는 정부의 인위적인 무엇이 없어도 시장에서 가격이 충분히 떨어지면 소비는 다시 늘어나고 늘어난 소비와 생산의 차이로 다시 가격은 오르고 오른 가격에 기업의 이윤추구 동기는 자극되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고용과 투자를 늘리면서 늘어난 고용과 투자로 통화량 증가에 힘입어, 수요는 증대되고 그로 인해 가격을 올리면서 불황을 벗어난다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의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즈 형은 '일반이론'에 2장에서 이를 비판한다. 신고전파의 세계관에는 자원을 '이용 가능량'과 '현실의 이용량'을 구별하지 않고 '이용 가능량'이 모두 현실에서 사용된다고 본다. 즉, 실업과 재고는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란 뜻이다. (경제학의 3가지 공준과 세의 법칙이 완벽히 실현된다면 실업과 재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세계관이 합당하다)

 

여러분들이 경기가 나쁘다, 불황이라고 할 때 접했던 뉴스기사를 떠 올려보시기 바란다. 기업들의 매출이 떨어졌고, 그로 인해 기업들은 은행이자 감당도 어렵다는 내용을 수십차례 보고 들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런 뉴스에서 제시되는 것들을 보면,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비 절감과 구조조정이 필수이라 한다. 그에 더해 새로이 공장을 늘리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을 위해 여러가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 수요가 줄었다는 의견이나 또는 현재 재화와 용역이 공급과잉 상태라는 말은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즉, 불황의 원인을 공급(기업 측면) 위주로 찾는다. 뉴스에 발표되는 소식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 혹은 배경은 신고전파 경제학, 보수적 관점의 경제학만을 공부한 사람들이 경제 관료이고 은행 관계자이고 기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에게 내재화 혹은 통념화 되어 있는 신고전파의 세계관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단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가져본 적이 없고, 설령 그런 의구심을 뭔 지 알고 있어도 그것을 애써 외면한다. 그 의구심을 제대로 품는 순간, 자신이 공부해온 모든 경제학의 기반을 허물어야 하고, 그것이 허물어 지면 자신이 해 온 모든 일의 당위성마저 허물어 지기 때문이다.

 

보수층은 불황의 원인으로 공급으로 인식하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시장의 분배 기능 활성화 혹은 정상적 작동을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판단한다. 가격을 낮추려면, 결국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쪽으로 논리가 전개되고 그럼 생산3요소 (토지, 노동, 자본) 중의 가장 가변적인 것이 무엇일 수 있을까로 보수의 관심은 집중된다. 토지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다.

 

에를 들어보자. 흔하디 흔한 판매 서비스 업종, 치킨집을 창업하려 해도 점포를 임대하거나 사야하고, 공장을 세워서 기계를 놓으려 해도. 절대 제한적인 토지로 대변되는 부동산, 점포가 필요하다. 장사가 잘 안된다고 해서 임대기간이 남아있는 도중에 20평짜리 점포를 10평으로 줄일 수 있을까? 불가능이다. 그럼 자본으로 표현되는 홀 테이블과 의자, 주방 시설 등등테이블과 의자 숫자를 줄일 수 있을까? 주방 시설 일부를 줄일 수 있을까?(현대 고도 기술사회에서는 특정 업체의 기술도 자본으로 수렴 표현되기도 한다) 역시 불가능이다. 그럼 남는 것은? 노동이다.

 

노동으로 표현되는 인력을 2가지 범주로 나눈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혹은 일용직이고 더 나가서는 외주화이다. 회사의 모든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을 하면 모든 나라에 존재하는 노동법(순화된 표현으로 근로기준법, 이건 절대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다)으로 인해 가변성이 매우 떨어진다. 설령 가변성을 올리려고 해도 고용 계약의 해지가 쉽지 않지 때문에 희망퇴직이란 명목으로 퇴직위로금을 더 주어야 사직서 제출을 유도할 수 있다. 이건 사측 입장에서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래서 노동의 가변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회사는 정규직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한다. 비정규직, 계약직, 일용직 최대한은 외주화. 이렇게 노동에 대한 가변성을 높였기 때문이 노동자들은 파리 목숨이다.

 

흔히 표현되는 구조조정은 비정규직, 일용직, 외주 파견사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직접 고용했던 정규직 중 상대적으로 비핵심적 인력에 대한 고용계약 해지 또는 해고를 목표로 한다. 해고의 경우 민사 소송등의 부담이 있고, 판결 결과에 대한 확신도 없기에 본디 퇴직금에 위로금을 더하며, 지금 나가니까 이만큼 주는거야! 부서 개편 혹은 축소되구선 배당된 업무 없어서 가시방석처럼 있다가 사직하면 이것도 없는거 알잖아?로 회유하며 많은 이들로 사직서를 받아낸다. 알아서 나가지 않으면 이미 말한대로 일할 부서는 없어지거나 다른 부서와 합쳐져서 책상도 없거나 일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해당 노동자를 불안하게 하여 자진 퇴사를 강요한다.

 

구조조정(Restructuring)은 다운사이징(Downsizing)의 순화된 표현이다.

미국에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최고의 정점을 찍던 시절, OPEC의 자기 위력 과시에 더하여 방산업체들과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중동전쟁을 계기로 오일쇼크가 일어나면서 전세계 산업계에는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로인해 모든 기업체는 도산의 위기에 처하여 이런 기업 환경의 타개를 모색하고자 하는 경영학계에서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해법으로 내 놓는다. 그 해법 중 하나가 해당 기업활동의 핵심이 아닌 모든 것은 외주화하라는 것이다. 사내식당, 사내보안, 사내청소 등등. 외주화 시키고 남게되는 잉여인력을 해고하는 것으로 진행된 다운사이징이란 표현의 정서적 거부감을 완화시키고자 한 것이 구조조정이라는 말이다. 즉, 구조조정은 해고가 목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