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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後

그물

다음 주에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유오성) 간첩 조작 사건의 뒷 이야기를 취재한 다큐 영화 '자백'이 상영을 하게 한다. 필자는 시사회도 가 보지는 못했지만, 짐작되는 내용은 국가 권력이 개인에게 가한 폭력과 그 음모의 실상과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가해자인 집단을 피사체로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그물'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힌 국가 권력의 폭력 사이 속에서 그물 코에 끼인 물고기 같은 신세의 피해자 개인에게 카메라가 다가간 작품이다.

 

감독과 제작은 인기보다는 끊임없이 던지는 문제 의식을 우리의 삶 속에 던지는 것으로 잘 알려진 김기덕.

주인공 남철우는 오랜 작품 활동을 통해 연기력을 검증받은 유승범.
조연으로 등장하는 남측 조사관으로는 김영민, 북측 조사원 손민석, 그리고 보호관 오진우 역의 이원근.

 

모든 배역의 배우들이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게 정말 알맞는 농도로 연기를 하여 극적인 몰입감을 잘 주지 시켜주기에 배우들에게 기꺼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단칸 방에 외동 딸과 함께 사는 주인공 남철우 부부가 새벽에 아이가 깨지 않은 틈을 타서 섹스를 나누는데 7살 딸 아이는 그걸 보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이불을 뒤집어 쓰는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 주변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겠지만, 필자의 기억 침잠 속에도 있으리라 . 그런 단칸방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으니... 이 신은 섹스를 음란하고 야한 것이 아니라 보통 우리들의 일상 속에 있는 소중하고도 절실한 사랑이고 삶의 원동력으로 그려준다.

 

임진강 북쪽 하류에 사는 주인공 남철우는 조업에 나섰다가 자신의 재산 목록 1호 고기잡이 배의 모터가 고장나서 원하지 않게 군사 분계선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오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후 합동신문소에서 국정원으로 부터 간첩이 아닌가 라는 합리적 의심에서 야기된 폭력당하 귀순을 유도하는 회유와 온갖 협박을 받는다.

 

 그 회유는 사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연민을 바탕에 둔 것이 아니라 체제 우월성 과시라는 목적을 깔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돌아간 자신의 조국 '조선인민공화국'에서 조차도 철우는 남한에서와 똑같이 폭력을 또 한 번 더 당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고기잡이에 나서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는 국가가 갖는 폭력성을 실제로 행사하는 주체도 그를 당하는 객체도 철저하게 개인으로 그린다. 6.25 참사를 통해 가족 희생사로 인한 적개심이건 돈이라고 표면화된 현실적 욕망이건...양쪽 모두가 우리 국가 체제와 사상 수호란 미명으로 변장을 하고 있을 뿐, 자신의 감정과 욕망의 해소를 위해 또 다른 개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피해자 개인은 그 폭력을 온 몸으로 온전히 받아낼 수 있는가라는 물음 던진다.

 

이 영화 중간에 철우를 조사한 남측 조사관이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 신에서 필자는 현재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박근혜를 비롯한 그 일들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들이 오버랩 되었다. 그들이 진정한 악인지? 아니면 다른 의견과 생각을 굳건히 견지하고 있을 뿐인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필자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과연 국가가 개인의 자유과 행복 추구를 위해서 꼭 필요한 시스템인지,

아니면 진정한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과제인지...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도,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설령 후자로 결론을 내려도 필자는 별달리 무언가를 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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